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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버님은 남편에게서 얻지 못한 2%를 채워주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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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 은근한 시선, 그리고 첫 포옹


올해로 서른을 맞이한 나는 어느덧 결혼 7년 차에 접어든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은 아들 삼 형제 중 둘째였는데, 막내인 도련님은 일찍이 멀리 떨어진 도회지로 나가 자리를 잡은 탓에 명절이나 집안 대사가 아니면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주버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머물고 계셨기에,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우리 집에 꽤 자주 발걸음을 하셨다. 남편은 천성이 효심 깊고 온순한 사람이라 결혼 전부터 홀어머니를 모셔왔고, 나 역시 그 순박하고 모나지 않은 성품에 기대어 시어머니의 집에서 자연스럽게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집 구조는 옛날 가옥답게 방이 여유로운 편이었는데, 안방과 우리 부부의 침실 외에도 남는 방이 두 칸 있었다. 그중 햇볕이 비껴가는 서늘한 건넌방 한 칸은 아주버님이 가끔 들러 피로를 풀고 주무시고 가시는 묵직한 거처가 되어 있었다.


아주버님은 큰동서와의 깊은 갈등 끝에 우리가 식을 올릴 무렵부터 이미 별거에 들어가신 상태였다. 겉으로는 조용히 지내는 듯 보였으나 집안 어른들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무거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시어머니께서는 늘 입버릇처럼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야 집안의 기둥이 바로 선다”라며 장남의 빈자리를 안타까워하셨고, 어머니의 그 간절한 당부 때문인지 아주버님 내외는 우리 부부를 늘 깍듯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하지만 나는 아주버님의 그 점잖고 군더더기 없는 친절 이면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몰래 숨을 죽이곤 했다. 촌수로 따지자면 시숙과 제수라는 엄격하고 서늘한 경계선이 그어져 있었지만, 그분과 나 사이에 흐르는 침묵에는 늘 묘한 공기의 진동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도, 거울 앞의 내 자신에게조차 온전히 시인할 수 없는 부끄럽고도 아슬아슬한 감정의 싹이었다.


나는 날 때부터 골격이 작아 키가 153cm에 몸무게는 45kg을 겨우 맴돌았다. 반면 남편은 165cm에 76kg 정도로 살집이 둥글둥글하고 다부진 체형이었고, 아주버님은 189cm의 장신에 89kg에 달하는 압도적이고 건장한 체구를 지니고 계셨다. 아주버님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실 때면, 거실의 낮은 천장과 좁은 복도가 일순간 꽉 들어차며 집안 전체의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거대한 존재감 앞에 바로 서게 될 때면, 내 시선은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그분의 단단하게 솟아오른 가슴팍 언저리에 턱 하니 걸렸다. 눈을 마주치려면 턱을 한껏 치켜들고 한참을 올려다보아야만 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정말이지 배꼽 언저리를 바라보고 서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 만큼, 그 신체적 격차는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거대한 산 앞에 선 들풀처럼 나를 한없이 왜소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작아지는 기분이 기묘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한 그늘 아래 숨어든 것처럼 묘한 안도감이 들면서도, 목덜미의 솜털이 바짝 곤두서고 아랫배 언저리가 간질간질하게 조여 오는 생경한 두근거림이 일었다. 아주버님이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띠며 나지막한 저음으로 무언가를 건네실 때면, 학창 시절 가슴을 설레게 하던 국어 선생님의 낭독을 듣는 것처럼 몽환적이고 아득한 열기가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낮게 울리는 그 묵직한 음성은 메마른 방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축축하게 물들이며 사람을 살짝 취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잊히지 않는 감각의 뿌리는 7년 전,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댁 일가친척들에게 첫인사를 올리던 날로 깊게 거슬러 올라간다. 집안 어른들과 친척들이 거실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고, 내 바로 옆자리에는 냉랭한 표정의 큰동서도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워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던 내게, 아주버님은 먼 길 조심히 잘 다녀왔느냐는 다정한 안부와 함께 성큼 다가와 나를 품에 살짝 안아 주셨다. 어깨와 어깨가 닿는 짧고 절제된 접촉이었지만, 유교적인 가풍이 짙은 집안에서, 더구나 동양적인 정서로는 선뜻 마주하기 힘든 파격적인 환영 인사였다. 순간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찰나의 포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던 아주버님의 거대한 손바닥 압력과 단단한 흉곽에서 배어 나오던 뜨거운 온기는 얇은 옷감을 뚫고 가슴 깊숙한 곳까지 생생하게 파고들었다. 얼떨결에 나 역시 예의를 갖추기 위해 팔을 뻗어 아주버님의 등을 감싸 안으려 했으나, 내 짧은 양손 끝은 그분의 넓은 등판을 다 두르지 못한 채 허공에서 어색하게 맴돌았다. 그 거대한 품 안에 갇혔던 아주 짧은 순간의 온도는 잔인할 만큼 오랫동안 내 살갗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았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깊이 숙였지만, 귓바퀴를 타고 쿵쾅거리며 울리는 심장 소리는 온 거실에 들릴 것처럼 요란했다. 서로를 향한 아주 은밀하고 미세한 호감이 없었더라면 그런 돌발적인 행동은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끄러운 확신이, 내 마음 밑바닥에서 은밀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동안, 그와 같은 신체적 접촉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버님은 늘 일정한 선을 지키며 점잖은 시숙의 자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주버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마다, 내 머릿속은 어김없이 그 첫 포옹의 순간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어깨를 감싸던 거대한 손의 질감, 콧잔등을 스치던 알싸한 비누 향과 묵직한 체온, 귓가에 낮게 내려앉던 숨소리가 밤마다 불쑥불쑥 떠올라 불면의 밤을 만들어냈다. 남편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처녀 시절 여러 번의 만남을 거치며 이미 순결을 잃어버렸다는 부채감, 그리고 남편의 그 착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내 영혼 깊은 곳을 다 내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특히 신혼 초, 남편이 나를 깨어질세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품에 안아줄 때마다, ‘이 순박한 사람은 내가 이미 다른 손길을 겪어낸 몸이라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구나’라는 서글픈 생각이 심장을 찔렀다. 나는 그 미안함을 갚기 위해 남편 앞에서 더 살갑게 웃었고, 한층 더 다정하고 조신한 아내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온도 차이나 깊이의 아쉬움 역시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살아가며 서로 배려하고 맞추면 될 일"이라며 동화 같은 믿음으로 애써 덮어두려 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성심을 다해 보필하면 평온한 가정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타일렀다.


하지만 아주버님 앞에만 서면 그 단단했던 다짐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거대한 체구에서 풍겨 나오는 위압적인 안정감, 무심한 듯 던지는 묵직한 눈빛, 그리고 나를 바라볼 때 스쳐 지나가는 정체 모를 열기. 그것들은 남편의 착한 사랑 속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결의 본능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깨웠다.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했다. 그분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목덜미에 뜨거운 피가 몰렸고, 심장이 늑골을 두드렸으며, 아랫배 깊은 곳이 근질거리며 뻐근하게 조여들었다. 시숙과 제수라는 넘지 못할 윤리의 벽을 되새기며 아무리 스스로의 뺨을 치듯 다잡아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 음탕한 망상을 품다니, 정말 파렴치하고 부끄러운 계집이야.’


거울 앞에 서서 붉어진 볼을 쓰다듬으며 매섭게 꾸짖어 보았지만, 거울 속 내 눈동자는 이미 물기에 젖은 채 낯선 열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남편을 향한 미안함으로 무거웠던 마음이, 아주버님의 발소리 하나에 속절없이 허물어지며 배덕의 불길 쪽으로 기울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면서도, 내 몸의 감각은 이미 그 금기의 무게를 향해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아주버님이 오시는 날이면 나는 집안에서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조신하고 정숙하게 처신하려 애를 썼다. 발소리를 죽여 걷고, 정성스레 우려낸 찻잔을 받쳐 들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주버님이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시거나, 좁은 통로를 지나치며 옷자락이 스치기만 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숨이 가빠지는 것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 당혹스러운 고동을 들킬까 두려워 나는 더욱 깊이 고개를 파묻었고, 대답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얼버무리며 서둘러 부엌으로 도망쳤다.


부엌 싱크대 앞에 서서 수도꼭지를 비틀어 틀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수돗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시린 물에 떨리는 두 손을 푹 담그고 한참을 서 있으면, 화끈거리던 두 뺨과 목덜미의 열기가 아주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일시적인 마취에 불과했다. 찬물로 손을 씻어내는 행위는, 아주버님의 존재가 내 안에 지펴놓은 위험한 불씨를 애써 꺼뜨리려 발버둥 치는 나만의 애절하고도 무력한 저항이었다.


밤이 찾아오면 그 고통스러운 갈증은 더욱 잔인하게 나를 옥죄었다. 남편이 곁에서 고단한 숨을 내쉬며 깊은 잠에 빠져든 후에도, 나는 천장을 응시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넌방에 그 거대한 남자가 누워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몸의 신경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곤두섰다. 만약 내가 저 거대한 품에 다시 안기게 된다면 내 얼굴은 그분의 어디쯤에 닿게 될까, 그 단단한 어깨에 얼굴을 묻으면 어떤 냄새가 날까. 꼬리를 무는 부끄러운 상상에 화들짝 놀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는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도 쉬이 식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아주버님이 어머니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시던 중 문득 고개를 돌려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신 적이 있었다. 아주 찰나에 불과한 짧은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 묵직하고 깊은 눈빛이 내 얼굴과 가슴 언저리에 닿는 순간, 나는 들고 있던 도자기 찻잔을 받침대 위에 떨어뜨릴 뻔했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며 요란한 파음을 냈고, 나는 사시나무 떨듯 손을 떨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아주버님… 손이 미끄러져서…”


아주버님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셨지만, 나는 그날 밤 그분의 미소 밑바닥에 깔려 있던 은근한 응시의 의미를 홀로 곱씹으며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 나는 외동딸로 자라 본래 다정하고 든든한 사람에게 응석을 부리는 데 익숙했다. 아주버님 앞에서도 가끔 나도 모르게 어깨를 툭 치거나 살포시 눈을 흘기며 어리광을 피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주버님은 “꼭 귀여운 여동생 같다”라며 너그럽게 받아넘기셨지만, 그 너그러운 선 긋기가 내게는 달콤하면서도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쓰라렸다. 동생이라는 안전한 테두리 안에 머무는 한 결코 그 너머로 갈 수 없다는 절망을 알면서도, 건넌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또다시 차가운 수돗물에 손을 묻어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정조이자, 덧없는 파문을 가라앉히려는 가장 슬픈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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